IMF 외환위기(1997년),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2019~현재) 등 세 번의 경제 위기를 거치며 저성장 구조의 구조적인 고착화가 진행돼 온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향후 10년 안에는 한국 경제의 성장이 제로(0)로 멈출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성장률 제고를 위한 전략과 비전’ 보고서를 27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 경제가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기조에 진입했다고 지적했다. 2010년 6.8%였던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0.9% 수준까지 가파르게 하락했다.
소비 및 투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운데, 민간소비 성장률은 2010년 4.4%에서 지난해 –5.0%로 추락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소비 위축이 반영된 결과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수출의 경우 2010년 증가율이 13.0%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1.8%로 역성장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경우 같은 기간 2.9%에서 0.5%로 떨어졌다. 청년 실업률은 7.7%에서 9.0%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의 시계열 분석에 따르면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세 번의 경제 위기를 거치며 최근 2.2% 수준까지 하락했다. 향후 10년내 잠재성장률의 경우 현재 수준보다 더 낮은 0%대에 진입할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한경연 관계자는 “기저효과 및 수출 호조에 따른 경기 회복세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이는 내년 이후의 거시경제 지표가 어둡게 전망됐다”며 “성장잠재력 자체가 저하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심각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결과여서 더욱 주목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잠재성장률 둔화의 주요 원인에 대해 제도적 측면에서는 ‘성장 전략의 한계’, 환경적 측면에서는 ‘경직적 노동 시장 및 기술 혁신성 둔화’를 지목했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연구 결과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글로벌 주요국 중 가장 빠른 수준의 속도로 하강하고 있다”며 “성장 정책의 한계 속에서 생산요소의 양적확대와 모방형 기술진보에 기대왔던 것이 잠재성장률 하락의 주요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현재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기저효과 및 수출 호조에 따른 착시효과가 경제 현실을 일시적으로 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상은 지속성장과 도태의 갈림길에 선 위태로운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또 보고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의 전환기에도 경제 성장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혁신역량 제고와 함께 잠재성장률, 실질성장률의 동시 극대화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 부연구위원은 “지속성장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성장사다리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규제 혁파를 통해 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이끌어내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유연한 노동 시장으로 전환해 나가는 노력이 절실하다”며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실현의 꿈에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성장률 제고는 차기 정부의 정책 1순위 과제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