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구관이 명관’인 것일까.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또다시 테슬라 주식을 사 모으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일주일 간 국내 투자자는 테슬라 주식을 4억6000만달러(약 5400억원) 순매수했다. 순매수액 2위를 기록한 ‘ProShares UltraPro QQQ’ 상장지수펀드(ETF)와 비교해 3배가 넘는 금액이다.
서학개미들은 최근 다시 불거진 테슬라의 ‘오너 리스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연초부터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보이며 테슬라 주가는 물론 비트코인과 도지코인 시세까지 들었다 놨다 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최근에는 즉석 투표로 보유 지분 매각 여부를 결정하고 대량 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달 6일(현지 시각)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6000만명이 넘는 팔로워들에게 자신이 테슬라 지분 10%를 매각할 지 결정해 달라며 이를 투표에 부쳤다. 응답자 중 약 60%가 매각에 찬성표를 던지자, 머스크는 같은 달 8일부터 이달 초까지 120억달러(약 14조원)어치의 지분을 팔았다.
대주주의 지분 매각과 돌발 행동에도 개의치 않는 것은 비단 서학개미 만의 얘기가 아니다. 최근 미 월가의 한 애널리스트가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현재 주가(1017달러)보다 55% 이상 높게 제시하며 논란이 되고 있다.
8일(현지 시각) 뉴스트리트리서치의 피에르 페라귀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의 12개월 후 목표주가를 1580달러(약 187만원)로 대폭 상향했다. 페라귀는 월가의 대표적인 테슬라 상승론자로 꼽힌다. 그의 목표가를 토대로 계산한 시가총액은 1조6000억달러, 한화로 1891조원에 달한다. 국내 코스피200 상장사의 시가총액을 모두 더한 값(1926조원)에 맞먹는 수준이다.
페라귀는 테슬라의 올해 4분기 전기차 인도량이 28만~28만5000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약 56% 늘어난 규모다. 그가 전망한 테슬라의 올해 연간 인도량은 91만대로, 지난해보다 87% 많다.
페라귀는 또 테슬라의 내년 총매출액이 800억달러(약 9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를 90억달러 상회한다. 그 외에도 페라귀는 중국 상하이의 테슬라 공장에서 연간 70만대 이상을 생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분석을 어디까지 믿을지, 현 시점에서 테슬라 주식을 더 사는 것이 좋을지는 누구도 쉽게 판단할 수 없다. 다만, 월가의 투자자들은 페라귀의 상승론을 다소 위험하다고 평가한다.
미국 투자 전문 매체 모틀리풀은 “현재 테슬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300배가 넘는다”며 “애널리스트들은 테슬라의 주당순이익이 향후 5년간 연평균 73%씩 증가할 것이라고 믿지만, 만약 성장이 둔화한다면 밸류에이션이 정당화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틀리풀은 또 “역사적으로 주식의 밸류에이션을 주도한 것은 장기적인 펀더멘탈(기초체력)이었다”며 “테슬라의 현재 시가총액이 정당화되려면 회사는 매년 약 1000억달러의 영업이익을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테슬라가 향후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현재와 같은 지배적 위치를 계속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왔다. 미국 시장 조사 업체 JR리서치는 지난 10일(현지 시각) “현재 테슬라는 중국과 공생관계를 이어왔지만, 중국 정부는 장기적으로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지배하려는 야망을 갖고 있다”며 만약 중국 시장에서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이 떨어진다면 전체적인 성장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JR리서치는 그 외에도 제너럴모터스(GM), 메르세데스벤츠 등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들이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는 점 역시 테슬라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