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동산 정보 플랫폼인 질로우의 주가가 최근 큰 폭으로 하락하며 올 초 대비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시장에 막대한 돈이 풀리며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맞았지만, 정작 미국 내 1위 부동산 정보 업체인 질로우는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다.
4일(현지시각) 뉴욕 증시의 나스닥 시장에서 질로우 주가는 전날보다 4.04% 오른 68.5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9일 105.72달러를 기록한 후 이달 들어 사흘 연속 급락하며 60달러대 중반까지 떨어진 뒤에야 가까스로 반등한 것이다.
올 들어 주가가 202.94달러로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 2월 12일에 비해서는 66.24% 떨어진 수치다. 특히 지난 2일과 3일에는 각각 11.52%, 22.9% 급락했다.
국내에서 이른바 ‘돈나무 언니’로 불리며, 테슬라 등에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거둔 것으로 유명한 캐시 우드는 자신이 이끄는 아크인베스트먼트의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지난 2일 질로우 주식 28만8813주를 사들였지만, 다음날 바로 390만주를 처분하기도 했다.
공격적인 투자 성향으로 유명한 캐시 우드지만, 현재 질로우의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이나 수익성이 당초 예상보다 안 좋다고 판단해 저가 매수에 따른 시세 차익을 포기하고 하루 만에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질로우는 지난 2005년 마이크로소프트(MS) 출신 리치 바튼과 로이드 프링크가 공동으로 설립한 부동산 플랫폼 기업이다. 주택 매매 정보는 물론 거래 중개와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과 관련한 거의 전 영역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부동의 1위 플랫폼으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을 빗대 ‘부동산계의 아마존’으로도 불린다.
당초 질로우는 대표적인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수혜주’로 꼽혀왔다. 지난해부터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해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공격적인 양적 완화에 나서면서 미국의 주택 시장이 큰 호황을 누렸고, 당연히 선두를 달리는 부동산 플랫폼인 질로우가 가장 많은 수혜를 누릴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20달러 중반 수준이었던 질로우의 주가는 연준의 양적 완화와 함께 크게 오르기 시작하면서 1년도 안 된 올해 2월 200달러선마저 돌파했다.
미국 부동산 시장의 호황과 함께 강세가 계속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질로우의 최근 주가가 급락한 것은 본업이었던 온라인 부동산 정보 제공 외에 의욕적으로 뛰어든 주택 리모델링 사업이 처참한 실패를 맛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질로우는 지난 2일 주택을 매입해 새로 건축하거나 수리한 후 비싼 가격에 되파는 플리핑 사업을 중단하고 인력도 25%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달 20일에는 이미 사들인 주택의 재고 물량이 너무 많아 처분하기 곤란해졌다며, 신규 주택 매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미국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져 주택 가격을 예측하기 힘들어진 데다, 심화된 고용난으로 리모델링과 건축을 담당할 인력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결국 사업 철수를 선언한 것이다.
연준이 이달부터 자산 매입 감축, 즉 ‘테이퍼링’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미국 부동산 시장이 계속 호황을 누리기 어려워진 점도 질로우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게 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 문제가 심화한 점을 들어 이르면 내년 2분기부터 금리 인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