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가 올해말 물가상승률을 당초 전망치보다 개선된 약 15%로 예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서방 제재에도 루블화가 강세를 보이는 현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 내에서는 자국 경제가 예상보다 서방 제재를 잘 버텨내고 있어 올해 경제성장률도 당초 전망보다 덜 비관적일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제1부총리는 15일(현지시간)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12월 기준으로 전년 대비 물가상승률은 약 15%가 될 것이며, 이보다 좀 더 낮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날 전망치는 러시아 경제개발부가 지난 4월말 제시한 전망치 20.7%보다 낮은 수치다. 벨로우소프 부총리는 오는 2024년에는 물가상승률을 적정하다고 보는 목표치인 4% 정도까지 낮추겠다고도 자신했다. 그는 러시아의 물가가 지난 3~4월 급등했지만 현재는 디플레이션(물가하락)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올해 4월 17.8%까지 올랐으나 이달 10일 기준으로 16.69%까지 떨어졌다.
러시아 정부는 물가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수요 부족을 거론하고 있다. 벨로우소프 부총리는 “러시아의 물가 하락이 수주 동안 관측된 것으로 알려졌다”라며 “이는 수요 부족의 징후로,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주요 문제들 중 하나”라고 말했다. 물가하락의 또다른 요인은 루블화 가치 상승에 따른 환율 하락으로 분석된다. 벨로우소프 부총리는 이날 “현재 환율인 달러당 55∼60루블은 디플레이션과 높은 이자율을 고려할 때 루블화가 지나치게 강세를 보인 것”이라며 “우리 산업에 적당한 균형점은 달러당 70∼80루블”이라 말했다. 이날 현재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루블은 57.25루블 정도로 2018년 초 이후 가장 가치가 높은 상태다.
루블화 가치의 안정세는 서방 제재의 한계를 보여주는 신호로도 인식된다. 앞서 서방 국가들은 경제제재를 통해 루블화 가치 폭락과 러시아 경제의 혼란을 유도했으나, 러시아는 자본 유출을 강력히 통제하며 루블화 가치를 지탱했다. 그 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러시아의 경상수지 흑자가 늘자 루블화 가치는 상승하기 시작했다.
러시아 내에서는 자국 경제가 예상보다 서방 제재를 잘 버텨내고 있기에 올해 경제성장률도 당초 전망보다 덜 비관적일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막심 레세트니코프 경제부 장관은 “5월 자료를 보면 경기하강이 생각했던 것보다 덜 깊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우리 전망과 추산치를 조정하는 게 합당할 수도 있다. 우리는 더 많이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