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1년 1월 20일 미국은 조 바이든을 새로운 대통령으로 맞는다. 경제, 외교 등 다방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른 노선을 예고하면서 투자자들은 금융시장에서 승자와 패자를 구분하느라 분주하다.
변수도 있다. 오는 5일 조지아주 상원 결선투표에서 공화당의 상원 다수당 유지가 이어질 경우 바이든의 전면적 정책 변화는 어려워질 수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바이든의 정책 외에도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따른 경제 회복과 저금리 환경이라는 큰 그림을 보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주요 외신의 분석을 바탕으로 2021년 금융시장 전망을 짚어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사진=AFP
달러 약세 이어질 듯
로이터는 최근 분석기사를 통해 애널리스트 가운데 3분의 2 이상은 달러가 적어도 내년 중반까지 계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 2020년 달러는 연준의 유동성 공급과 막대한 경기부양책, 그에 따른 위험선호도 확대 영향에 6% 넘게 떨어졌다.
바이든은 취임 후 한층 공격적인 재정부양책을 약속하고 있는 데다 백신 보급으로 경기회복이 가속한다면 달러에 하방압력을 가할 공산이 크다. 애널리스트들은 2021년 달러가 5~10% 가량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예상보다 일찍 통화정책을 긴축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낼 경우 달러 움직임은 방향을 틀 가능성도 있다.
美증시 계속 달린다
미국 증시는 경제회복과 기업 실적 반등에 힘입어 내년에도 오름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구체적으로는 바이든이 집중 투자를 약속한 친환경, 인프라, 바이오·의약 업종의 강세가 예상된다. 경기순환주가 각광을 받을 수도 있다.
달러 약세는 전반적으로 증시 상승에 힘을 보태는 요인이다. 해외에서 미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미국 다국적 기업이 해외수입을 달러로 전환할 때에도 유리하기 때문.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달러값이 10% 떨어질 때 S&P500기업 수익이 약 3%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또 비스포크인베스트먼트그룹에 따르면 S&P500지수는 무역가중치를 반영한 달러값이 0~3% 사이로 하락한 뒤 몇년 동안 22% 넘게 오르는 경향을 보였다. 비스포크는 올해 무역가중치를 반영한 달러값이 1.3% 떨어졌다면서 “2021년은 주식 투자자들에 무척 좋은 한해가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채권금리 상승할 듯
2021년 채권금리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전문가들이 예상한 2021년 말 10년물 국채금리 중간값은 1.2%다. 팬데믹 이전 수준인 2% 부근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지만, 12월 29일의 0.94%에 비해서는 의미 있는 상승이다. 채권금리와 채권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로이터는 바이든 정부 취임 후 재정확대로 국채 물량이 늘어나고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 채권금리 오름세를 자극할 수 있는 잠재적 요인이라고 전했다.
또 웰스파고의 마이클 슈마허 거시전략 책임자는 백신 보급으로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에서 의미있는 진전이 이뤄지면서 미국 10년과 30년물 국채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슈마허는 내년 중반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을 1.15~1.35%로 제시하고 있다.
원자재 슈퍼사이클 오나
원자재 가격은 달러 약세와 경제 회복에 힘입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는 최근 세계 최대 원자재 수입국인 중국이 경기회복을 주도하면서 수혜가 기대되는 5가지 원자재로 구리, 대두, 철광석, 원유, 금을 꼽기도 했다.
원유의 경우 바이든이 환경오염을 우려해 셰일유 생산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점은 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배경이지만 이란 핵협정에 복귀해 이란산 원유 공급이 증가한다면 유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백신 보급과 OPEC+의 증산 제한을 언급하면서 내년 브렌트유 평균값이 배럴당 65달러를 가리킬 것으로 예상했다. 12월 29일 종가인 51.09달러보다 27% 더 오를 수 있다고 본 셈이다.
신흥시장 랠리 기대감
신흥시장도 내년 낙관론이 짙은 투자처 중 하나다. 달러 하락과 세계적 경제회복에 힘입어 신흥시장은 자산가격이 오를 여력이 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픽텟자산운용의 샤니엘 램지 펀드매니저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환율과 자산 수익 흐름이 신흥시장에 유리하다”면서 “이런 흐름은 2021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바이든의 트럼프에 비해 안정적이고 일관성있는 외교·통상 정책을 이어가리라는 기대도 신흥시장엔 호재다. 또 서방에 비해 아시아 국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이 적어 경기회복도 빠를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소시에테제너럴 애널리스트들은 신흥시장 주식, 특히 한국과 인도네시아 주식 노출을 확대하고 달러 비중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췄다고 로이터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