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으로 불리던 ‘금’에 대한 투자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를 맞아 금값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인기를 끌면서 금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물 금 가격은 온스당 1814.60달러에 거래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온스당 2050달러(약 244만 원)까지 치솟았던 지난해 8월에 비하면 12% 하락한 수준이다.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하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들어서면서 금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속도를 높이고, 기준금리 인상도 예고했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로 들어서면서 실질금리가 상승세를 보임에 따라 금보다는 이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처로 돈이 몰리고 있다는 뜻이다. 실물인 금은 이자 수익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질금리가 올라가면 예금이나 채권 등에 대한 투자 매력이 커지고, 금의 투자가치가 떨어지는 만큼 올해 금값 상승은 제한될 것이라는 게 금융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 금의 투자 비중 축소를 권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1월 자산배분보고서에서 금과 은과 같은 귀금속의 선호도를 5단계 중 2단계로 낮췄고, 대부분의 증권사 자산배분전략 담당자들은 금을 추천하지 않는다.
이와 함께 점차 영역을 넓혀가는 암호화폐도 금값에 타격을 주고 있다. 투자가 아닌 인플레이션 헤지(위험회피)를 수단으로도 금 대신 암호화폐가 점차 자리를 넓혀 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골드만삭스는 올해 비트코인이 디지털 자산 보급 영향으로 금으로부터 ‘가치 저장수단’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빼앗을 것으로 전망했다”며 “투자 수단이 늘어나면서 과거처럼 금을 선호하지 않는다. 인플레이션 충격을 막기 위해서도 금보다는 미국 우량주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REITs)’ 등이 보다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골드바 매입의 경우 수수료와 세금 등을 감안한다면 금값이 20% 올라야 본전”이라며 “다만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인플레이션 발생 시 어떠한 변화가 발생할지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