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렌터카 기업 허츠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내년 말까지 10만 대의 테슬라 ‘모델3′ 전기차를 구매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일 트위터를 통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면서 그 배경을 두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머스크는 이틀 뒤인 1일 트위터에 “허츠와 아직 정식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고 밝힌 뒤 “테슬라는 생산보다 수요가 훨씬 더 많기 때문에 허츠에 전기차를 일반 소비자와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할 것이다. 허츠와 거래는 회사의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썼다.
머스크의 이같은 입장 표명에 대해서는 허츠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동시에 렌터카 업체와의 거래가 브랜드 이미지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충분한 만큼 테슬라가 허츠와 협상에서 압도적 우위에 서 있다고 분석했다.
통상 렌터카 회사들이 차량 구매 계약을 맺을 때 요구하는 할인도 테슬라에는 통하지 않았다. 머스크는 1일 트위터에 “테슬라는 생산하는 것보다 수요가 훨씬 많아서 우리는 일반 소비자와 같은 마진으로만 허츠에 모델3를 판매할 것”이라고 적었다. 모델3 정가를 고려할 때 허츠가 테슬라에 내는 금액은 42억달러(약 5조원)에 달한다. 자칫 우월한 시장 지위를 이용한 ‘갑질’로 비춰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허츠가 2022년 말까지 공급받기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하는 10만대의 물량은 지난해 테슬라 전기차 총 생산량(약 50만대)의 20%에 해당한다. 시장은 테슬라가 올해 전 세계에 90만대 가까이 인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허츠는 발표문에 “초기 주문은 반도체 칩 부족 등 허츠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에 영향을 받을 수는 있다”고 선을 그었다.
테슬라측은 허츠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테슬라는 이날 신규 보급형 ‘모델3′ 주문이 너무 많이 밀려 있어 내년 6월까지 미국 소비자들에게 배송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허츠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WSJ는 테슬라 관계자들이 허츠에 연간 약 1만대를 인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속도대로라면 내년 말까지 허츠가 공급받는 테슬라 차량은 1만대를 약간 웃도는 데 그친다. 이에 따라 허츠는 다른 전기차 업체로부터 전기차를 구입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츠는 지난해 6월 코로나19 직격타를 입고 상장 폐지가 결정됐다. 하지만 1년만인 지난 6월30일 새 소유주를 맞이하며 구조조정을 거쳐 현재는 재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허츠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를 위한 서류를 제출했다. 허츠는 SEC 심사를 통과하는대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계획이다.